내 블로그가 AI처럼 읽힌 이유를 숫자로 세 봤다

글이 기계 같다는 느낌만으로는 어디부터 고칠지 못 정한다. 패턴을 세어 보니 description 127건 중 111건이 같은 두 마디로 끝나고 있었다.

「정리·요약하는 기계 같은 말투」. 2026년 10월 23일, 이 블로그 글 127편을 두고 내가 한 말이다. 「·」로 이어 붙인 제목, 「짚어 봐요·정리했어요·모았어요」로 끝나는 소개문. 읽으면 분명히 기계 냄새가 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기계 같다」는 느낌만으로는 어디부터 손댈지 정할 수가 없다. 127편을 다 다시 쓰자니 끝이 안 보이고, 한 편만 고치자니 나머지 126편이 그대로다. 그래서 느낌을 숫자로 바꿔 보기로 했다. 패턴을 정하고, 몇 편이 걸리는지 센다.

「기계 같다」를 패턴으로 쪼개기

내가 예로 든 글은 옷의 유래를 모은 fashion-01 이었다. 이 한 편이 진단표의 다섯 줄에 동시에 걸린다. 「정리했어요」 끝맺음, 「모았어요」, 제목의 「·」 나열, 매 글 똑같은 소제목, 시리즈마다 복붙된 첫 줄.

이렇게 쪼개 놓으니 패턴이 일곱 갈래로 묶였다. 끝맺음 반복, 제목 모양, 같은 틀 반복, 첫 줄과 화자, 어미와 리듬, 나열, 그리고 책에서 옮긴 흔적. 갈래마다 정규식 하나씩을 붙였다.

세는 도구는 표준 라이브러리면 충분하다

계수 스크립트 diag.py 는 파이썬 표준 라이브러리만 쓴다. 다시 세고 싶으면 한 줄로 돌리면 된다. 제일 먼저 정한 규칙은 「무엇을 세지 않을까」였다. 코드 블록, 표, 인용, 소제목은 뺀다. 코드 속 주석이나 격언 줄까지 세면 숫자가 부풀기 때문이다.

python
def prose(t):
    t=re.sub(r'

.*?

','',t,flags=re.S)
    out=[]
    for l in t.split('\n'):
        s=l.strip()
        if not s or s.startswith(('#','|','>','<','!')): continue
        s=re.sub(r'^[-*]\s+|^\d+\.\s+','',s)
        out.append(s)
    return out

숫자는 두 가지로 적었다. 「개수」는 패턴이 나온 횟수, 「글」은 그 패턴이 한 번이라도 나온 글의 수다. 둘을 같이 봐야 한다. 줄표가 336번 나왔다는 말만으로는 한 글에 몰렸는지 고루 퍼졌는지 모른다.

같은 어미가 이어지는 구간은 문장 끝 두 글자를 비교해서 셌다. 세 문장 이상 같으면 한 구간이다. 단순한 기준이지만 귀로 듣던 「단조롭다」를 수로 옮기기엔 이 정도면 됐다.

description 127건 중 111건이 같은 말로 끝났다

가장 큰 숫자는 본문이 아니라 메타에서 나왔다. 검색 결과에 뜨는 description 127건 가운데 75건이 「정리했어요」로, 36건이 「풀었어요」로 끝났다. 합쳐서 111건, 87%다. 목록 화면에서 카드 설명이 줄줄이 같은 말로 끝나 보이던 게 바로 이 숫자였다.

hook 도 비슷했다. 127건 중 「정리했어요」 34건, 「수 있어요」 17건, 「풀었어요」 10건. 글쓴이가 한 작업을 알리는 말로 끝나면 독자는 보고서를 받는 기분이 된다. 글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했는지를 쓴 셈이다.

제목과 소제목은 서식을 채운 문서였다

제목 127개 중 「—」가 들어간 게 89개, 「·」가 45개였다. 「A·B·C — ○○ N가지」 꼴을 셋 다 갖춘 제목도 13개. 고유명사 셋을 가운뎃점으로 잇고 줄표 뒤에 숫자를 다는 건 검색 최적화 틀이지 사람이 붙인 제목이 아니다.

소제목은 더 심했다. 「왜 그런가 / 코드로 보면 / 실전에서는 / 처방 / 지금 확인해 보세요」 다섯 개를 전부 쓴 글이 82편. 개발 글 거의 전부다. 꼬리 상투구는 두 종류였고, 「이런 글이 시리즈로 올라와요」가 82편, 「이런 이야기를 매일 하나씩 모으고 있어요」가 42편에 붙어 있었다. 합치면 124편.

82편을 이어 읽으면 같은 서식에 칸만 바꿔 채운 문서가 된다. 한 편씩 볼 땐 몰랐던 걸 숫자가 보여 줬다.

본문 버릇은 넓게 퍼졌지만 얕다

본문 쪽 숫자는 이렇게 나왔다.

패턴개수 / 글
본문 「—」 줄표336회 / 115편
산문 속 「·」 가운뎃점281회 / 88편
문장 안 3개 나열85회 / 54편
learn 항목이 정확히 3개124 / 127
같은 어미 3문장 이상 연속312구간 / 90편
12자 이하 짧은 문장이 3% 미만인 글46편

거의 모든 글에 조금씩 묻어 있다. 대신 한 글 안에서는 몇 번 안 나온다. 그러니 이건 글마다 문장 단위로 걷어내야 하는 버릇이다.

리듬도 재 봤다. 문장 길이는 전체 평균 31자, 중앙값 28자였다. 길이가 얼마나 들쭉날쭉한지 보려고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변동계수를 글마다 냈더니 중앙값이 0.45였고, 그보다 낮은 글이 63편, 제일 낮은 글은 0.33이었다. 문장 길이가 고르면 왜 기계처럼 들릴까? 숨 쉴 자리가 없어서다. 짧은 문장이 3%도 안 되는 글이 46편이라는 숫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어미 쪽에는 더 이상한 게 있었다. 「~습니다·~입니다」 합니다체가 114편에서 912번 나왔다. 그중 27편은 문장 절반 넘게가 합니다체였다. 해요체로 열어 놓고 본문은 통째로 합니다체인 글이다. 같은 항목을 합니다체로 한 번, 해요체로 한 번 더 쓴 곳도 6편에 27곳 있었다. 두 판을 기워 붙인 흔적이다.

세어 보니 안 고쳐도 되는 것도 나왔다

숫자가 좋은 점은 0도 보여 준다는 데 있다. 「여러분」 호칭은 0건이었다. 「알아볼게요·살펴봐요」 같은 예고도 0건이었다. 이미 지켜지고 있는 규칙을 다시 손볼 이유는 없다.

「~거든요」는 46편에 57번이었다. 글당 한두 번이라 남발로 보기 어렵다. 「~죠·~잖아요」는 167번 나왔는데, 이건 본문 말맛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쪽이었다. 다만 첫 문장을 「잘 모르죠」로 여는 공감 떼기 5건은 상투로 따로 셌다.

여기서 하나 배웠다. 패턴에 걸렸다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숫자는 후보를 뽑아 줄 뿐이고, 판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

고칠 순서는 규모와 자리로 정했다

마지막으로 숫자를 줄 세웠다. 기준은 둘이었다. 몇 편이 걸리는가, 그리고 독자 눈에 얼마나 먼저 띄는 자리인가.

  1. 메타 끝맺음: description 111건
  2. 제목 틀: 「—」 89건, 「·」 45건
  3. 소제목 5개 고정: 82편
  4. 문화 글 첫 줄 복붙과 어미 혼용
  5. 꼬리 상투구: 124편
  6. 본문 「—」·「·」 남발
  7. 3개 나열과 learn 3항목 고정
  8. 책에서 옮긴 흔적: 「앞 편」 35편

본문 줄표 336회가 메타 111건보다 뒤에 있는 게 처음엔 좀 의외였다. 그런데 목록 화면과 검색 결과에서 사람이 제일 먼저 읽는 건 제목과 설명이다. 거기서 기계 냄새가 나면 본문까지 오지 않는다.

비교 대상도 따로 읽었다. 사람이 쓴 한국어 개발 글 13편과 교양 글 11편이다. 개발 글 13편 중 「잘 모르죠 → 모았어요」 꼴로 여는 글은 하나도 없었다. 「정리」라는 말을 쓴 두 편도 왜 정리하는지 사적인 동기를 같이 적었다. 교양 글 제목 중에는 명사 셋을 가운뎃점으로 이은 게 없었다.

숫자가 못 잡는 것

전부 수로 잡히지는 않았다. 1인칭 경험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측정을 보류했다. 개발 글 도입이 상황 서술형이라 수치로 가르기 어려웠다. 합니다체 912회도 원인이 둘로 갈렸다. 문화 글은 본문이 통째로 합니다체라 리듬까지 새로 짜야 하고, 개발 글은 단락 끝 한두 문장만 튀어서 문장 단위로 고치면 된다. 같은 숫자인데 처방은 다르다.

이 진단을 들고 같은 날 하나를 더 정했다. 블로그 글은 한다체로 쓴다. 「~해요·~했어요」가 이어지는 게 너무 별로였다. 지금 이 글이 그 결정 뒤에 쓴 글이다.

핵심 한 줄느낌은 고칠 수 없고, 센 것만 고칠 수 있다.

자주 묻는 것

AI가 쓴 것 같은 글은 어디부터 고쳐야 하나

걸리는 글 수와 독자 눈에 먼저 띄는 자리로 순서를 정한다. 127편을 세어 보니 description 끝맺음 111건, 제목 줄표 89건이 본문 줄표 336회보다 앞섰다. 목록과 검색 결과에서 먼저 읽히는 게 제목과 설명이기 때문이다.

브루니가 적는다

색을 바꾸며 숨는 카멜레온이다. AI 와 같이 만들며 걸린 곳을 한 편씩 적는다. 같은 데서 두 번 걸리지 않으려고 쓰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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