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앱은 대부분 남의 모델을 부른다
광고 속 「업계 1위 AI」를 뜯어 보면 대개 남이 만든 모델 여러 개를 순서대로 부르는 파이프라인이다. 답변 한 건 원가는 0.3원인데 구독료는 만 원이다. 그 차이는 어디로 갈까?
앱 광고에는 「업계 1위 AI」, 「국내 최고 생성형 AI」 같은 말이 자주 붙는다. 그런데 그 1위가 정확히 무엇을 가리키는지 따져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부분은 그 앱이 직접 만든 모델이 아니다. 큰 모델의 API 를 빌려 와서 화면과 프롬프트와 결제를 얹었을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1위」는 실제로는 「우리가 빌려 쓰는 모델이 1위」라는 말이거나, 그조차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이 거리가 어디서 생기는지 앱의 속부터 열어 보자.
돈은 위에서 걷혀 아래로 흐른다
생성형 AI 는 네 층으로 쌓여 있다.
| 층 | 누가 있나 | 하는 일 |
|---|---|---|
| 1층 프런티어 연구소 |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등 | 최상위 상용 모델을 직접 만들어 API 로 판다 |
| 2층 공개 가중치 | 알리바바 Qwen, 메타 Llama, DeepSeek, Mistral 등 | 가중치를 공개해 누구나 받아 쓰게 한다 |
| 3층 중간 호스팅·라우터 | 서빙사, 라우터 | 공개 모델을 GPU 에 올려 되팔고, 요청을 여러 모델로 갈아 끼운다 |
| 4층 서비스 앱 | 우리가 쓰는 앱 대부분 | 1~3층을 빌려 화면·프롬프트·결제만 얹는다 |
사용자가 4층 앱에 구독료를 내면 앱은 그 돈의 상당 부분을 1·2층 모델사에 API 사용료로 다시 낸다. 모델사는 클라우드에, 클라우드는 GPU 에 낸다. 방향은 언제나 위에서 아래다.
2층의 「공개」가 「상업적으로 무료」라는 뜻은 아니다. 공개 모델도 라이선스 조건이 제각각이라 상업 이용이 막혀 있거나 이용자 수 조건이 붙기도 한다. 「오픈이니까 공짜」는 생각보다 자주 틀린다.
그림 한 장에 AI 가 몇 번 불릴까
게임 캐릭터 그림을 만들어 주는 국내 서비스 하나의 구조를 조사해 봤다. 여기도 그림 모델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남의 AI 여러 개를 순서대로 부르고, 그 사이를 코드가 다듬는다.
| 순서 | 누가 | 하는 일 |
|---|---|---|
| ① | 언어 AI | 짧은 요청을 그림 AI 용 자세한 지시문으로 늘린다 |
| ② | 그림 AI | 캐릭터 1장 |
| ③ | 배경 제거 AI + 코드 | 배경을 지우고 가운데를 맞춘다 |
| ④ | 동작 AI | 그림을 움직이게 한다(뼈대 또는 영상) |
| ⑤~⑦ | 코드 | 프레임 정리, 시트로 묶기, Godot 용 파일로 내보내기 |
이미지는 GPT, Gemini, Grok 중에서 골라 쓰고 픽셀아트만 자체 모델이다. 스프라이트와 이펙트 모델은 공개하지 않았다. 동작은 프레임 수(49, 121 등)로 미루어 「그림 → 영상」 모델의 출력을 잘라 쓰는 것으로 추정한다. 회사가 발표한 내용은 아니다.
사용자 눈에는 버튼 하나다. 그 뒤에서는 AI 넷과 후처리 코드가 줄지어 일한다. 「AI 서비스」의 정체는 대개 이런 파이프라인이다.
만드는 길은 넷뿐이다
시장에 나온 AI 앱을 뜯어 보면 만들어지는 길은 크게 넷으로 나뉜다. 차이는 「모델을 직접 쥐느냐」와 「돈이 어디서 새느냐」에 있다.
중계형은 가장 흔하고 가장 얇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이 파는 모델 API 에 요청을 보내고 돌아온 답을 화면에 보여 준다. 서비스가 직접 만드는 건 시스템 프롬프트, 화면, 결제와 회원 관리뿐이다. 사주 앱이라면 "너는 사주 상담가다…" 같은 지시문을 사용자 입력 앞에 붙여 보내는 식이다. GPU 를 살 필요가 없고, 빌린 모델이 좋아지면 서비스도 저절로 좋아진다. 대신 원가가 통째로 남의 가격표에 묶인다. 경쟁자도 같은 API 를 쓰니 기술 해자라고 부를 게 거의 없다. 남는 차별점은 프롬프트와 브랜드와 데이터다.
자체 서버형은 Qwen 이나 Llama 계열 같은 공개 모델을 받아 LoRA 로 손보고, 자기 GPU 나 빌린 GPU 에 올려 직접 서빙한다. LoRA 는 본체 가중치를 얼려 두고 작은 행렬만 더해 학습하는 방식이라 전체 학습보다 훨씬 싸다. 공급사에 묶이지 않고 데이터도 밖으로 안 나간다. 그 대가로 GPU 고정비를 떠안는다. 트래픽이 적으면 GPU 가 놀아서 오히려 더 비싸다.
증류는 큰 모델(교사)에게 질문을 쏟아붓고 그 답으로 작은 모델(학생)을 가르친다. 자기 큰 모델을 스스로 줄이는 자가 증류는 정당한 기법이고 실제로 쓰인다. 남의 상용 모델 출력을 긁어 쓰면 얘기가 다르다.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약관은 모두 「증류」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대신 "경쟁 모델 개발·학습 금지"와 "리버스 엔지니어링·추출 금지" 두 조항으로 같은 행위를 막는다. 2026년 2월에는 앤트로픽이 딥시크가 가짜 계정 수천 개로 Claude 와 수백만 건의 대화를 만들어 자사 모델 학습에 썼다고 주장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디까지나 한쪽의 혐의 주장이고, 법원 판단으로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라우팅은 요청마다 여러 모델 중에서 고르거나, 하나가 실패하면 다른 데로 넘긴다. 공급사 하나의 장애나 가격 변동에 덜 흔들리고 새 모델을 끼워 넣기도 쉽다. 다만 모델마다 말투와 안전 필터가 달라 결과가 들쭉날쭉하고, 라우터 자체가 또 하나의 단일 장애점이 된다. 공개 라우터 한 곳은 토큰 값에 마크업을 붙이지 않는 대신 크레딧 충전 때 5.5%(최소 $0.80)를 받는다. 토큰이 아니라 충전에서 돈을 버는 구조다.
넷 중 모델을 진짜로 손대는 건 자체 서버형과 증류뿐이고, 증류는 약관에 걸리기 쉽다. 그래서 다수는 중계형에 머문다.
답변 한 건 0.3원, 구독료는 만 원
중계형이 다수라면 원가는 API 요금표가 정한다. 2026-10-18 각 회사 공식 요금표로 계산해 보면 바닥이 생각보다 훨씬 낮다. 원화는 1달러를 1,400원으로 가정해 바꾼 체감용 숫자다.
한국어 답변 한 건(출력 500토큰)을 초소형 모델(출력 $0.40/100만 토큰)로 뽑으면 출력비가 약 $0.0002, 0.3원 정도다. 가장 비싼 플래그십(GPT-5-pro, 출력 $120/100만 토큰)으로 뽑아도 약 $0.06, 84원이다. 둘의 출력 단가 차이는 300배인데, 어느 쪽이든 커피값 근처에도 못 간다.
다른 작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지 한 장은 0.3~4센트(약 4~56원), 받아쓰기(STT) 1분은 0.6센트 이하다. 영상은 초당 5~14센트라 5초짜리 한 편이 약 350~980원이다.
앱이 받는 돈은 월 1~3만 원이다. 이 바닥값과의 차이가 마진이고 마케팅비고 인건비다.
음성이 들어가면 계산이 뒤집힌다
사용자 한 명이 한 달에 얼마나 쓰는지를 가정해 앱 유형별 원가를 계산해 봤다. 실측 로그가 아니라 가정치다. 월 구독 $5(약 7천 원)를 받는다고 치고 저가 단가 조합으로 돌린 결과다.
| 유형 | 1인 월 원가 | 구독가 대비 |
|---|---|---|
| 운세·사주형 | $0.0240 | 0.48% |
| AI친구·음성형 | $1.9800 | 39.60% |
| 그림생성형 | $0.1500 | 3.00% |
사주형은 7천 원을 받아 AI 에 34원 남짓을 낸다. 사용자가 10만 명이 돼도 월 원가는 $2,400(약 336만 원)이다. 같은 10만 명이 월 7천 원씩 내면 매출은 7억 원이니, AI 원가는 매출의 0.5%다.
AI 친구 쪽은 원가율이 39.60%로 뛴다. 모델이 더 똑똑해서가 아니다. 음성 합성과 받아쓰기 단가가 말의 길이에 비례해 쌓이기 때문이다. 10만 명이면 월 $198,000, 약 2.8억 원이다. 음성 앱은 커질수록 원가가 사업을 누른다.
내 GPU 에 올리면 더 쌀까
"API 대신 공개 모델을 내 GPU 에 올리면 싸지 않나"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규모가 작으면 오히려 비싸다.
H100 한 장은 시간당 $2~4.5다. 한 달 내내 돌리면 $1,453~$3,285, 약 200만~460만 원이다. AI 친구형 토큰량으로 맞춰 보면 사용자 1,000명일 때 H100 한 장(커뮤니티 요금 $1,453)이 같은 양을 저가 API 로 돌린 값($120)의 열 배가 넘는다. 10만 명쯤 되고 상대가 중급 API($62,000)일 때라야 H100 4장($5,811)이 확실히 이긴다.
손익분기를 가동률로 보면 더 분명하다. 상대가 초소형 API($0.40/M)면 H100 을 69% 이상 꾸준히 돌려야 본전이고, 경량 API($2.50/M)면 11%, 플래그십($10.00/M)이면 3%다. 다만 H100 처리량을 초당 2,000토큰으로 잡은 추정에 기댄 숫자라 자릿수 감각으로만 봐야 한다. 운영 인건비와 장애 이중화, 전송비도 빠져 있어서 실제로는 더 든다.
자체 서버가 확실히 싸지는 건 비싼 플래그십을 공개 모델로 대체할 때뿐이다.
「우리 AI」를 다시 들으면
이제 광고 속 「우리 AI」를 들으면 되물을 수 있다. 네 칸 중 어디에 서 있는가? 중계형이라면 그 앱의 기술은 프롬프트와 화면과 브랜드에 있고, 텍스트 앱이라면 AI 원가는 구독료의 1%도 안 될 수 있다. 말로 대화하는 앱이라면 사정이 전혀 다르다.
단가와 순위는 2026-10-18 기준이라 자주 바뀐다. 돈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조는 쉽게 안 바뀐다.
핵심 한 줄1위를 물으면 앱이 아니라 그 아래 모델 층을 봐야 한다.
자주 묻는 것
AI 앱을 내 GPU 서버에 올리면 API 보다 싼가?
규모가 작으면 오히려 비싸다. H100 한 장은 월 $1,453~$3,285 인데, 사용자 1,000명 규모의 토큰을 저가 API 로 돌리면 $120 이다. 비싼 플래그십을 공개 모델로 대체할 때만 자체 서버가 확실히 싸진다.
AI 모델 증류는 약관 위반인가?
자기 큰 모델을 스스로 줄이는 자가 증류는 정당한 기법이다. 남의 상용 모델 출력으로 경쟁 모델을 가르치는 건 오픈AI, 구글, 앤트로픽 약관이 모두 「경쟁 모델 학습 금지」와 「추출 금지」 조항으로 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