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컷만화의 한글 대사는 왜 깨질까

컷만화 요청서에 「오리는 항상 왼쪽」이라고 적었더니 친구가 먼저 말하는 칸마다 대답부터 읽혔다. 말풍선 속 한글도 불안했다. 이미지 AI 는 한글을 글자가 아니라 그림으로 그린다.

컷만화 2편을 ChatGPT 에 맡기면서 요청서에 이렇게 적었다. 「오리: 항상 왼쪽. 친구: 항상 오른쪽.」 캐릭터 자리를 못 박아 두면 칸이 바뀌어도 누가 누군지 헷갈리지 않을 거라고 봤다. 문제는 친구가 먼저 말하는 칸이었다. 그 가운데 2·3·6·8·11번, 다섯 칸에서 첫 대사가 오른쪽에 가 있었다. 왼쪽부터 읽는 눈은 대답을 먼저 읽고 질문을 나중에 읽는다.

가독성이 떨어졌다. 그리고 순서 말고도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 더 있었다. 말풍선 안의 한글이다.

열세 칸을 한 장에 그리게 하는 요청서

이 만화는 하얀 오리와 베이지색 친구, 몽글몽글한 두 캐릭터가 「처음 만드는 사람은 누가 될까?」라는 질문을 두고 대화하는 시리즈다. 그림은 ChatGPT 가 그리고, 나는 요청서를 쓴다. 2편 요청서의 머리는 이렇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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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형식]
- 가로 1536×1024 한 장, 5칸 × 3줄 격자. 칸 크기는 모두 같고 칸 사이는 흰 여백으로 또렷하게 나눠 주세요(나중에 칸마다 잘라서 한 장씩 올려요).
- 칸은 왼쪽 위부터 오른쪽으로 1~13번. 3번째 줄은 11·12·13번 세 칸만 그리고, 남는 오른쪽 두 칸은 아무것도 없는 크림색 빈 칸으로 두세요.
- 말풍선 글자는 아래에 적은 한국어를 한 글자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 글자가 칸 밖으로 잘리지 않게, 크고 또렷하게.
- 어떤 칸에도 칸 번호·제목·캡션을 따로 쓰지 마세요. 말풍선과 지정한 글자만.

한 장으로 받아서 칸마다 잘라 올린다. 그래서 칸 사이 흰 여백을 또렷하게 달라고 했고, 남는 칸은 크림색으로 비워 두라고 했다. 칸 번호와 제목을 쓰지 말라는 줄도 넣었다. 요청서 안에서 칸을 부르려고 붙인 번호가 그림에 그대로 찍혀 나오면 곤란하니까.

캐릭터 쪽 규칙도 몇 줄 있다. 1편과 같은 그림체로 그릴 것, 말풍선 꼬리는 말하는 캐릭터 쪽으로 둘 것. 사람이나 실존 회사 로고, 실존 게임 화면은 그리지 말고 게임 화면은 지어낸 단순한 도트 게임으로 그릴 것. 그다음이 칸별 지시다. 2편 2번 칸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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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작은 방, 책상 위 모니터 하나에 단순한 도트 전투 게임 화면, 옆에 구겨진 종이 뭉치.
   친구: 「혼자 게임 만드는 친구가 있는데, 새 전투 규칙 하나에 3년 걸렸대.」
   오리: 「3년이면 버린 버전만 수십 개겠다.」

대사는 친구가 먼저다. 그런데 위의 캐릭터 규칙에는 「오리: 항상 왼쪽」이 박혀 있다. 그림 AI 는 두 지시를 다 지킨다. 오리를 왼쪽에 앉히고, 오리의 말풍선을 오리 쪽에 붙인다. 그러면 질문은 오른쪽, 대답은 왼쪽에 놓인다. 텍스트로 적은 대사 순서는 그림 속 자리로 옮겨지지 않았다.

이미지 AI 는 한글을 그림으로 그린다

요청서에서 제일 공들인 줄은 「한 글자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다. 이렇게까지 못을 박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지 AI 는 한글을 글자로 쓰지 않는다. 글자처럼 생긴 모양을 그린다. 그래서 받침과 띄어쓰기가 틀리기 쉽다.

사람이 타자를 치다 틀리면 오타가 나고, 맞춤법 검사기가 잡아 준다. 그림 속 한글은 다르다. 획 하나, 받침 하나가 흐트러져도 픽셀일 뿐이라 어떤 검사기도 잡지 못한다. 눈으로 한 칸씩 읽어 봐야 안다.

요청서 첫 줄도 다시 보면 좀 웃긴다. 「1편」과 「똑같은 그림체·캐릭터·말풍선·글씨체로」. 글씨체까지 1편과 맞춰 달라고 했다. 폰트 이름 하나 없이, 그림 AI 가 지난번에 그린 글자 모양을 기억해서 다시 그려 주길 바란 셈이다. 글자를 그림으로 그리는 상대에게는 자연스러운 부탁이지만, 글자를 글자로 다루는 방법은 아니다.

말풍선 대사는 그나마 짧다. 더 위험한 건 글자만 있는 칸이다. 2편 10번 칸은 노을 지는 도시 하늘 위에 큰 글씨 한 줄만 둔다. 「베끼는 게 쉬워질수록, 먼저 만드는 건 손해가 된다.」 표지 칸에도 큰 흰 글씨로 「몇 년 걸린 규칙을, 큰 회사가 그대로 가져간다면?」이 들어간다. 시리즈에서 제일 크게 보이는 문장들이다. 여기서 받침 하나가 틀리면 만화 전체가 어색해 보인다.

그림은 AI 에게, 글자는 사람이 얹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만화 업계는 이 일을 원래 나눠서 한다. 그림은 그리는 사람이 그리고, 글자는 따로 얹는다. 이걸 식자라고 부른다. 그림 AI 를 쓰는 지금도 같은 방법이 통한다. 그림은 AI, 글자는 사람.

그래서 요청서 규칙에 「글씨가 깨질 때」라는 항목을 따로 만들었다. 요청서에 「말풍선은 비워 둬」를 넣어 그림을 뽑고, 글자는 코드로 실제 폰트를 얹는다. 폰트로 찍은 글자는 받침이 틀릴 수가 없다. 대사를 고치고 싶을 때 그림을 다시 뽑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덤이다. 그림 AI 는 같은 요청에도 매번 조금씩 다른 그림을 주니, 대사 한 줄 때문에 칸 전체를 다시 뽑는 건 꽤 비싼 일이다.

솔직히 적어 두면, 이 규칙은 아직 대비책이다. 식자 스크립트는 「필요할 때 만든다」로 남겨 뒀고, 3편과 4편 요청서도 여전히 「한 글자도 바꾸지 말고 그대로」를 쓴다. 지금 구성은 두 단계다. 먼저 한글까지 맡겨 보고, 깨지면 말풍선을 비우는 쪽으로 넘어간다.

캐릭터 자리 말고 말하는 순서를 고정한다

순서 문제는 규칙을 아예 바꿨다. 기준을 캐릭터에서 말하는 순서로 옮긴 것이다.

  • 먼저 말하는 사람의 말풍선이 왼쪽(또는 위), 대답이 오른쪽(또는 아래).
  • 캐릭터 자리도 말하는 순서를 따른다.
  • 칸별 대사에는 「왼쪽 말풍선(먼저):」「오른쪽 말풍선(나중):」으로 적는다. 캐릭터 이름만 적지 않는다.

마지막 줄이 중요하다. 2편처럼 이름만 적으면 AI 는 이름에 묶인 자리 규칙을 따른다. 자리를 직접 적어 줘야 그림 속 위치가 대사 순서를 따라온다. 3편 요청서에는 이 규칙을 맨 위에 「가장 중요」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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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읽는 순서 — 가장 중요]
- 대화 칸마다 말풍선은 딱 2개: ①번과 ②번.
- ①번 말풍선은 항상 칸의 **왼쪽 위**, ②번 말풍선은 항상 **오른쪽, ①번보다 조금 아래**. 그래서 왼쪽 위 → 오른쪽 아래로 읽으면 대화 순서가 맞아요.
- ①번을 말하는 캐릭터가 칸 왼쪽 아래, ②번을 말하는 캐릭터가 칸 오른쪽 아래. 말풍선 꼬리는 말하는 캐릭터를 가리켜요.
- 그래서 칸마다 오리와 친구의 좌우 자리가 바뀔 수 있어요. 아래 칸별 지시를 그대로 따르세요.
- 말풍선에 ①② 같은 번호는 쓰지 마세요.

②번 말풍선을 「①번보다 조금 아래」에 두라는 줄이 눈에 띈다. 왼쪽과 오른쪽만 정하면 두 말풍선이 같은 높이에 나란히 설 수 있다. 높이까지 엇갈려 두면 눈이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자연스럽게 내려간다.

마지막 줄도 2편 요청서의 「칸 번호를 쓰지 마세요」와 같은 걱정에서 나왔다. ①② 는 요청서 안에서 말풍선을 가리키는 이름표일 뿐인데, 그림 AI 는 그걸 그림에 그려 넣을 수 있다. 칸별 지시는 이렇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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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작은 씨앗에서 가지가 여러 갈래로 뻗은 나무, 가지 끝마다 작은 게임 화면 아이콘.
   ① 왼쪽 위 — 친구(왼쪽 아래): 「처음 만든 사람은 이렇게 될 줄 몰랐겠다.」
   ② 오른쪽 아래 — 오리(오른쪽 아래): 「남의 규칙을 바꿔 보다가 새 재미를 찾은 사람들이 계속 이어진 거지.」

이 칸에서는 친구가 왼쪽이다. 3편 열두 칸 가운데 5·6·9·10번, 네 칸이 이렇게 친구가 먼저 말하고 왼쪽에 앉는다. 「항상 왼쪽」이라는 자리 규칙은 사라졌고, 대신 칸마다 자리를 적어 준다. 요청서는 길어졌지만 AI 가 추측할 틈은 줄었다.

4편은 17칸이라 앞부분과 뒷부분, 그림 두 장으로 나눠 그리게 했다. 뒷부분 요청에도 「말풍선 규칙은 앞과 같다, ①번은 왼쪽 위, ②번은 오른쪽 아래」를 다시 적었다. 같은 대화 안이라도 규칙은 요청마다 되풀이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고 봤다.

받은 한 장을 칸으로 자르기까지

격자도 편마다 바뀐다. 2편은 5칸 × 3줄에 열세 칸을 그리고 두 칸을 비웠다. 3편은 4칸 × 3줄, 딱 열두 칸이다. 어느 쪽이든 받는 그림은 1536×1024 한 장이다.

받은 그림은 칸마다 잘라서 1080×1350 크림색 여백 위에 얹는다. 칸 사이 흰 여백을 또렷하게 달라고 한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경계가 흐리면 자르는 선이 옆 칸을 물고 들어온다. 만화 배경도 크림·베이지 파스텔이라 바탕과 잘 붙는다.

식자 스크립트를 만든다면 자리는 이 자르기 다음이다. 칸을 자르고, 비워 둔 말풍선 자리에 폰트로 대사를 얹는다. 그때는 말풍선 위치를 알아야 하는데, ①번은 왼쪽 위, ②번은 오른쪽 조금 아래로 이미 고정해 뒀다. 순서 때문에 바꾼 규칙이 식자 쪽에서도 쓸모가 생기는 셈이다.

아직 못 정한 것도 있다. AI 가 비워 둔 말풍선의 크기가 대사 길이에 맞을지는 뽑아 봐야 안다. 요청서가 줄 수 있는 건 위치와 순서까지고, 글자의 정확함은 끝내 코드 쪽에서 책임져야 한다.

핵심 한 줄그림은 AI 에게 맡겨도 글자와 읽는 순서는 사람이 정해 줘야 한다.

자주 묻는 것

ChatGPT 로 만화를 그릴 때 말풍선 순서가 뒤집히는 이유는?

캐릭터 자리를 「항상 왼쪽」처럼 고정하면 그림 AI 는 대사 순서보다 자리 규칙을 따른다. 칸마다 「왼쪽 말풍선(먼저)」「오른쪽 말풍선(나중)」처럼 자리를 직접 적어 줘야 순서가 맞는다.

브루니가 적는다

색을 바꾸며 숨는 카멜레온이다. AI 와 같이 만들며 걸린 곳을 한 편씩 적는다. 같은 데서 두 번 걸리지 않으려고 쓰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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