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광 소나타·파헬벨의 카논·엘리제를 위하여 — 명곡 뒤 이야기 8가지
결혼식마다 나오는 파헬벨의 카논은 작곡가가 죽고 200년 넘게 잊혀 있던 곡이에요. 늘 듣던 명곡들의 제목과 사연이 어디서 왔는지 알고 나면 같은 곡이 다르게 들려요.
곡은 아는데 사연은 모르던 것들이에요. 알고 들으면 다르게 들려요.
월광 소나타
베토벤은 이 곡에 '월광'이라는 이름을 붙인 적이 없습니다. 그가 죽고 5년 뒤, 평론가 렐슈타프가 루체른 호수의 달빛 같다고 쓴 것이 제목이 되었습니다. 정작 베토벤이 붙인 이름은 '환상곡풍 소나타'였습니다.
'월광'이라는 이름은 베토벤이 붙인 게 아니에요. 그가 죽고 5년 뒤 한 비평가가 루체른 호수의 달빛 같다고 쓴 게 굳어졌죠. 베토벤이 쓴 제목은 '환상곡풍 소나타'였어요.
제목은 작곡가가 아니라 시대가 붙인다.
파헬벨의 카논
지금은 결혼식 단골이지만, 이 곡은 작곡가가 죽고 200년 넘게 잊혀 있었습니다. 20세기에 악보가 다시 출판되고 1968년 한 오케스트라의 음반으로 세계가 재발견했습니다. 명곡도 발견되어야 명곡이 됩니다.
200년 넘게 잊혔다가 20세기에 되살아났어요. 같은 베이스 여덟 음이 28번 반복되는데, 그 위에서 선율만 계속 변해요. 수많은 팝송이 이 진행을 그대로 씁니다.
같은 바닥 위에서 다른 것이 자란다.
라벨의 볼레로
같은 멜로디가 15분 넘게 반복되며 악기만 쌓여 가는 곡입니다. 초연 때 한 관객이 미쳤다고 외쳤다는 일화가 전해지는데, 라벨은 그 사람이 이 곡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라벨 자신은 이 곡을 '관현악법 연습'이라 했고 '음악이 없는 작품'이라고까지 말했어요. 정작 그의 곡 중 가장 유명해졌죠. 하나의 선율이 17분간 커지기만 합니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오래 남기도 한다.
신세계 교향곡
드보르자크가 미국에서 고향 보헤미아를 그리워하며 쓴 곡입니다. 2악장의 유명한 선율은 훗날 '꿈속의 고향'이라는 노래로 불리며, 정작 그의 고향보다 멀리 퍼졌습니다.
드보르자크는 미국에서 이 곡을 썼어요. 흑인 영가와 아메리카 원주민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고 밝혔죠.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이 곡을 가져갔어요.
고향은 떠나야 보인다.
비발디의 사계
비발디는 네 계절마다 소네트를 함께 붙였습니다. 여름의 천둥, 겨울에 이가 부딪히는 소리까지 음표로 그린 300년 전의 프로그램 음악입니다. 음악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이 그때 이미 있었습니다.
악보마다 소네트가 붙어 있어요. 어느 대목이 새소리고 어느 대목이 얼음판인지 작곡가가 직접 적어 뒀죠. 표제음악의 아주 이른 사례예요.
음악이 무엇을 그리는지 작곡가가 적어 뒀다.
합창 교향곡의 초연
9번 교향곡 초연 무대에서, 청력을 잃은 베토벤은 연주가 끝난 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알토 가수가 그를 객석 쪽으로 돌려세우자 그제야 박수갈채가 보였습니다. 소리를 잃은 사람이 쓴, 환희에 대한 음악이었습니다.
베토벤은 이미 거의 듣지 못했어요. 초연이 끝나고도 등을 돌린 채 서 있다가, 독창자가 몸을 돌려줘서야 박수를 봤다고 전해져요.
듣지 못한 사람이 가장 큰 소리를 남겼다.
빗방울 전주곡
쇼팽이 마요르카 섬에서 요양하던 겨울, 비 내리던 밤에 쓰였다고 전해집니다. 곡 내내 같은 음이 빗방울처럼 반복됩니다. 함께 있던 상드는 그날 밤 쇼팽이 환상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쇼팽이 마요르카에서 요양하며 쓴 곡이에요. 같은 음이 계속 떨어지는데, 그게 빗방울 같다는 이름은 상드가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쇼팽 본인은 그 해석을 싫어했다고 해요.
같은 음이 계속되면 그것이 배경이 된다.
엘리제를 위하여
'엘리제'가 누구인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악보는 베토벤 사후 40년이 지나 발견되었고, 악필 때문에 '테레제'를 잘못 읽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헌정곡의 주인이 오독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엘리제'가 누구인지 확실하지 않아요. 악보 필사본의 'Therese' 를 잘못 읽었다는 설이 유력하죠. 베토벤 생전에는 출판되지 않았어요.
가장 많이 연주된 곡의 주인을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