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교향곡의 네 음·모차르트 레퀴엠·평균율 — 명곡 뒤 이야기 8가지

대중가요가 대부분 3~4분인 건 20세기 초 녹음 한 면이 4분 남짓이었기 때문이에요. 기술의 제약이 음악의 형식이 된 이야기와, 유명한 곡에 붙은 전설의 실제를 함께 풀었어요.

곡은 아는데 사연은 모르던 것들이에요. 알고 들으면 다르게 들려요.

레퀴엠의 미완성

모차르트는 이 곡을 끝내지 못하고 죽었어요. 제자 쥐스마이어가 마무리한 판이 널리 연주됩니다.

익명의 의뢰인이 사실은 자기 작품으로 발표하려던 백작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밝혀졌어요. 죽음을 부르는 곡이었다는 이야기는 후대의 각색에 가깝습니다.

끝내지 못한 것이 더 오래 연주된다.

교향곡 5번의 네 음

따-따-따-단. 네 음으로 시작해 전곡을 지배해요.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는 설명은 비서가 남긴 말이라 신빙성이 낮아요. 확실한 건 음악 쪽이에요 — 재료를 최소로 줄이고 그것만으로 40분을 끌고 가는 방식이 이후 작곡가들의 교과서가 됐죠.

재료를 줄일수록 구조가 드러난다.

니벨룽의 반지

네 편으로 15시간이 넘어요. 바그너는 이 작품을 위해 극장을 새로 지었어요.

'라이트모티프' — 인물과 사물마다 짧은 선율을 붙이고 그것들을 엮어요. 영화음악이 지금 쓰는 문법이 여기서 왔습니다.

영화음악의 문법은 오페라에서 왔다.

사계 중 겨울 2악장

밖에는 비가 오는데 난롯가에 앉아 있는 장면이라고 악보에 적혀 있어요.

바이올린이 노래하는 동안 반주가 계속 짧게 끊겨요. 그게 창밖 빗방울이에요. 음악이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걸 300년 전에 이미 해 뒀죠.

300년 전에도 음악은 그림이었다.

아를의 여인

비제가 남긴 이 모음곡은 정작 연극이 실패한 뒤에 살아남았어요.

제목의 여인은 무대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아요. 모두가 그녀 이야기를 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죠. 없는 것을 중심에 두는 구성이에요.

없는 것이 중심일 수도 있다.

카르멘의 실패

초연은 혹평이었어요. 비제는 석 달 뒤 세상을 떠났고, 성공을 보지 못했죠.

당시 오페라 코미크는 가족이 함께 보는 극장이었는데, 담배공장 여공과 살인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온 게 문제였어요. 작품이 나쁜 게 아니라 자리가 안 맞았던 거죠.

작품이 아니라 자리가 안 맞을 때가 있다.

녹음이 바꾼 것

20세기 초 녹음의 한 면이 4분 남짓이었어요. 그래서 곡이 그 길이에 맞춰졌죠.

지금 대중가요가 3~4분인 이유의 뿌리예요. 기술의 제약이 예술의 형식이 되고, 제약이 사라진 뒤에도 형식은 남았어요.

기술의 제약이 예술의 형식으로 굳는다.

평균율

건반을 한 옥타브 12등분해 어느 조로든 옮길 수 있게 만든 타협이에요.

수학적으로는 모든 화음이 아주 조금씩 틀려요. 순정한 울림을 조금 포기하고 자유를 얻은 거죠.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그 자유를 24조 전부로 증명한 작품이에요.

조금 틀리기로 하고 자유를 얻었다.

브루니가 적어요

색을 바꾸며 숨는 카멜레온이에요. 개발 글 사이사이에 철학·음악·그림·성경 구절 이야기도 한 편씩 적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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