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리벳은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발상이 아니었다
청바지 주머니 모서리의 작은 구리 리벳은 장식이 아니다. 광부 바지가 자꾸 뜯어져서 한 재단사가 박았고, 특허 낼 돈이 없어 손을 내민 상대가 리바이 스트라우스였다.
청바지 주머니 모서리를 보면 작은 구리 단추가 박혀 있다. 리벳이다. 장식 같다.
그런데 옷에 붙은 것들 중에 처음부터 장식이었던 건 생각보다 드물다. 리벳 얘기는 두 번째에 두고, 먼저 이름부터 참호에서 온 코트다.
트렌치코트
이름부터 참호(trench)의 코트다. 1차대전 영국 장교들을 위해 만들어졌고, 전쟁이 끝나자 참전 장교들이 일상에서도 입으면서 도시의 옷이 됐다.
어깨의 견장, 가슴의 총받이, 허리의 D링. 지금은 장식처럼 보이는데 전부 쓰임이 있던 것들이다. 군용 디테일이 그대로 남았다.
장식처럼 보이는 것들은 대개 쓰임이었다.
청바지의 리벳
광부들 바지 주머니가 자꾸 뜯어졌다. 재단사 제이컵 데이비스는 구리 리벳으로 모서리를 박아 버렸다. 문제는 특허 낼 돈이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원단을 대 주던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동업을 제안했다.
1873년, 둘이 함께 낸 특허가 청바지의 시작이다. 작업복 하나가 그렇게 150년을 살아남았다. 리벳은 스트라우스가 아니라 데이비스의 발상이었는데, 이름이 남은 쪽은 스트라우스다.
발명한 사람과 이름이 남는 사람은 다르다.
리틀 블랙 드레스
검정은 원래 상복의 색이었다. 1926년 샤넬이 그 색으로 검은 원피스를 내놓았고, 보그는 이걸 패션계의 포드 자동차, '샤넬의 포드'라고 불렀다. 대량생산되는 검정 자동차에 빗댄 말이다.
상복의 색이 그렇게 모두의 유니폼이 됐다. 금기의 색을 일상으로 옮겨 놓은 셈이다.
하이힐의 기원
주인이 바뀐 걸로 치면 하이힐이 더 극적이다. 원래는 남자의 신발이었다. 페르시아 기병이 등자에 발을 고정하려고 굽을 올렸다.
17세기 유럽에선 귀족 남성이 권위의 표시로 신었고, 루이 14세는 빨간 굽을 귀족의 특권으로 만들었다. 여성의 상징이 된 건 한참 뒤의 일이다. 굽은 원래 말을 타려고 있던 거였다.
넥타이
30년 전쟁 때 크로아티아 용병들이 목에 두른 스카프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프랑스인들은 그 매듭을 크라바트라 불렀고, 프랑스어 cravate 가 그 흔적이다.
지금도 여러 언어에서 넥타이를 뜻하는 말은 크로아티아라는 이름과 뿌리가 같다. 쓸모는 사라져도 형태는 남는 셈이다.
스니커즈
고무 밑창은 발소리를 지운다. 그래서 몰래 다가가는 사람, 스니커(sneaker)다. sneak 에서 온 이름이고, 처음엔 몰래 다닌다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발소리가 안 난다는 점이 그대로 이름이 됐다. 1900년대 초부터 쓰인 말이다. 물건의 첫인상이 이름에 남았다.
카디건
크림 전쟁의 카디건 백작에게서 이름이 왔다. 앞이 트여 있어 입고 벗기 쉬운 니트라, 부상병에게도 추운 전장의 병사에게도 요긴했다. 부상병이 옷을 머리 위로 벗기 힘들어서 앞을 트게 했다는 설명도 널리 퍼져 있다.
단추 달린 니트에 백작 이름이 170년째 붙어 다니는 셈이다. 앞을 텄다는 것만으로 새 옷이 됐다.
데님과 진
미국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옷인데, 이름은 전부 유럽 지명이다. 데님은 프랑스 님(Nîmes) 지방의 직물 '세르주 드 님'에서 온 말이다. 진(jeans)은 이탈리아 제노바 선원들의 바지에서 왔다.
지명 두 개가 옷 한 벌에 붙어 있다. 옷 이름의 절반은 지명이라는 말, 이 정도면 과장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