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는 번호 붙은 칸이다
USB든 CD든 하드디스크든, 저장장치를 가장 밑바닥에서 보면 전부 똑같다. 크기가 같은 칸이 한 줄로 늘어서 있고, 칸마다 0번부터 번호가 붙어 있다. 이 칸을 섹터라고 하고, 번호를 LBA(논리 블록 주소)라고 부른다. USB와 하드디스크는 칸 하나가 보통 512바이트, CD는 2048바이트다.
저장장치는 "파일"을 모른다. 할 줄 아는 건 두 가지뿐이다. "몇 번 칸을 읽어 줘", "몇 번 칸에 이걸 써 줘". 64GB USB라면 칸이 1억 2천만 개쯤 있을 뿐이다.
그럼 파일은 어디서 나올까? 파일시스템이 만든다. FAT32·exFAT·APFS·NTFS 같은 것들이다. 파일시스템은 앞쪽 칸 몇 개에 장부를 적어 둔다. "사진.jpg는 5,120번부터 5,130번 칸까지" 하는 식이다. 운영체제가 이 장부를 읽고 우리에게 파일과 폴더를 보여 준다.
칸(섹터) — 장치가 아는 것→파일시스템 — 칸 위에 적은 장부→파일·폴더 — 우리가 보는 것
"포맷한다"는 건 이 장부를 새로 까는 일이다. 칸들은 그대로 두고 빈 장부만 적는다. 그래서 빠른 포맷은 몇 초면 끝난다.
장치는 칸만 알고, 파일은 칸 위에 적힌 장부가 만들어 내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