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제품이 아니라 변화를 산다

드릴을 사는 사람이 원하는 건 드릴이 아니라 벽에 뚫린 구멍이다. 더 정확히는 그 구멍에 걸 선반이고, 그 선반이 만들어 줄 정돈된 방이다. 오래된 얘기지만 만드는 사람이 가장 자주 잊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만든 것에 애착이 있어서 물건 자체를 설명하게 된다. 어떤 기술을 썼고, 어떤 구조로 짰고, 얼마나 빠른지. 그런데 사는 쪽은 자기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만 궁금하다.

그림같은 물건, 다른 이야기
우리가 하는 말

전동 드릴 · 18V 무선 · 토크 45N·m · 리튬이온 배터리 2개

상대가 듣는 말

주말 오후에 선반 다는 일이 30분이면 끝난다. 전선을 끌 필요도 없다.

여기서 쓸 만한 연습이 하나 있다. 내가 만든 것의 기능을 하나 적고, 그 뒤에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를 세 번 묻는 것이다. 세 번쯤 물으면 대개 사람의 하루에 닿는다. 그게 팔 수 있는 말이다.

  • 자동 백업을 해 줍니다 → 그래서? → 실수로 지워도 복구된다 → 그래서? → 밤에 마음 놓고 잔다
  • API 호출을 60% 줄입니다 → 그래서? → 요금이 준다 → 그래서? → 이번 달 청구서에서 티가 난다
기능은 우리 얘기고, 변화는 상대 얘기다. 상대 얘기를 해야 팔린다.

브루니가 적는다

색을 바꾸며 숨는 카멜레온이다. 만든 것을 파는 일을 따져 본 것을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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